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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iri

서분숙_ 문학드로잉_텍스트 #동인동인

2019년 2월 13일 업데이트됨


노점금지 구역에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전쟁같은 이 거리의 하루가 시작되고

확성기의 요란한 금지령을 들으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빈속으로

쓴 커피를 부어댔다

언제부터인가 사람의 땅에서

생존이 철거되고

버려진 생선 모가지처럼

뼈도 살도 못되는 굶주림의 시대

가라, 산다는 건 더 이상

일회용 종이컵 같은 것은 아니다

전쟁같은 이 거리의 생존 뒤에서

이제 누구도

스쳐가지 말라

곁눈질 하지 말라


88올림픽을 앞둔 대구 칠성시장



푸른 치매


오후 세시,

방안에는 희귀식물처럼

어머니가 펼쳐 놓은 푸른 지폐가 자라고 있다

어머니의 노점은 아직 철거되지 않았다

삼십년을 이고 온 갈치 다라이

전재산 오십만원을 방안 가득 펼쳐놓고

갈치를 판다, 기억속의 은빛 갈치

이 갈치 팔아 자식 주고

저 갈치 팔아 자식주고

갈치살처럼, 돈만 발라가던 자식들이 그래도 그리운 건가

무더기 무더기 갈치처럼 그리움을 쌓아가는

어머니의 오후


아, 비리다!!


2006년 엄마는 칠성시장 노점 일을 그만 두었다.



갈치국이 끓는 저녁


전화선을 타고 닿은

쿨럭이는 기침 소리가 깊었는가

어머니가 오셨다 등 굽은 어머니

한겨울을 쿨럭 대느라

나도 등이 굽었다 어머니는

동그랗게 휘어진 몸으로

갈치국을 끓이셨다

잔가시가 자주 목에 박히던

그런 날이 있었다 옻칠한 밥상에는

한무더기 갈치뼈가 무덤을 만들고

은빛 비늘이 드문드문 떼처럼

밥상을 덮는다, 그 날 쿨럭이던 아버지가

뱉아 놓은 수액들은 어디로 갔는가

젊은 아버지가 밤마실 나서듯 사라진 길에는

다시 아침이 오지 않았다,

잃어 버린건가, 아버지를 삼킨 밤이

굳센 조개처럼 입술을 꽉 다물고 세상과 단절할 때

언니의 왼쪽 폐가 완전히 사라졌다

검은 그림자 같았다

사라진 폐가 있었던 자리

아버지는 아직도 쿨럭이며 붉게 물든 눈으로

자꾸 어색한 웃음을 만들고 있을까


삼십년이 넘도록

은비늘이 떼처럼 흘러 다니는

어머니의 부엌, 그 빛나는 봉분속에

언니가, 아버지가 오두커니 앉아 있다

살아 남은 우리들의 목속에는

잔가시가 꾹꾹 눌러 박힌다


참 독한 천식이다



신천에서 울다


해지고 나면

그림자도 없는 어두운 길을 걸어

신천에 가렵니다

그곳에는 지금 한 잔의 소주에

귀가 길을 흘려버리거나

퇴근길 인근공장 여공들의

감꽃 같은 웃음이

떠다니고 있겠지요

이 길을 걸어걸어

이 세상 어디선가

산 같은 등판위로

하루의 노동을 지고 계실 당신

당신의 가슴에도 지금

신천이 흐르고 있습니까

해지고 나면

그림자도 없는 어두운 이길 따라

신천이 막 닿은 그곳

당신에게 가렵니다


1992 오월의 신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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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by DONGINDONGIN동인동인東仁同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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